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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궁 안되고 컴파운드보우 되고?"..기준 모호한 총포법

학운 2017. 3. 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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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의 크기는 줄이고 위력과 효율성을 높인 컴파운드 보우가 레저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Getty Images Bank

"석궁은 안되는데, 컴파운드 보우는 된다?"

인터넷 쇼핑몰을 들어가 보면 컴파운드 보우를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컴파운드 보우란 3~5개 정도 활줄이 도르래에 감긴 구조로 작은 크기로 큰 활과 유사한 위력을 낼 수 있는 활입니다. 활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 '끝판왕'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컴파운드 보우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2008년 유튜브에 올라온 석궁과 컴파운드 보우 위력 비교 영상을 보면 실험에 쓰인 석궁의 최대 속도는 306ft/s로 약 93m/s였으며 컴파운드 보우는 286ft/s, 약 87m/s였습니다.

지난해 올라온 영상도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seansoutdoor'는 컴파운드 보우 5종류의 속도를 측정했습니다. 해당 모델들의 속도는 281~339ft/s로 초속 100m가 넘는 최대 속력은 처음 영상의 석궁을 앞섰습니다. 너무 위험성이 높아 국내에서 불법인 컴파운드 석궁을 제외하면 컴파운드 보우와 석궁의 위력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컴파운드보우는 총포법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11번가 갈무리

■'총포법' 제재를 받지 않는 컴파운드 보우

지난 2015년 SBS '동물농장'에서 50cm 화살에 맞은 길고양이 사연을 방송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범인이 사용한 활이 컴파운드 보우입니다.

컴파운드 보우는 스포츠·레저용부터 사냥용까지 널리 쓰입니다. 유소년용까지 있기 때문에 특별한 조건 없이도 소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소년용은 유소년용일 뿐, 사냥용 컴파운드 보우는 곰 사냥에도 사용됩니다.

취미로 컴파운드 보우를 갖고 있다는 A씨는 "컴파운드 보우는 사실상 허가 없이 갖고 있을 수 있는 최고의 살상 무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총포법)'을 들어보셨나요? 총과 칼, 화약, 분사기, 전기충격기 석궁 등 공공의 안전을 위해 위험이 따르는 물건을 관리하는 법입니다.

총포법 제2조 6항에 따르면 석궁은 활과 총의 원리를 이용하여 화살 등의 물체를 발사하여 인명에 위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총포법은 살상력과 작동 방식에 따라 위험한 물건을 제재합니다. 하지만 허가를 통해 소유할 수 있는 물건도 많은 데다 '살상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모호합니다. 총포법에 따르면 석궁은 제재 대상, 컴파운드 보우는 규제받지 않습니다.

'총포법의 규제 범위는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가'는 명제는 여전히 논란거리입니다.

'총포법'의 규제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느냐는 논란은 아직 진행 중이다./조재형 기자

■총포법 범위는 어디까지로 봐야 할까?

총포법은 이미 위헌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습니다. 현행 총포법은 '총과 아주 비슷하게 보이는 것'을 단속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고, 지난 2009년 헌법재판소는 모조총기 동호회원 91명이 '총포법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며 낸 헌법소원에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당시 헌재는 모조총이 다양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규제 범위는 행정부가 상황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김종대 재판관은 "'비슷하다'라는 내용이 모양의 유사성인지 기능상 유사성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주관적 표현이 포함됐다"며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오패산터널 총격 사건'으로 총기 규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범인은 사제 총기를 서울 강북구 번동 파출소 김 모 경위에게 발사했습니다.

대학생 B씨는 "총처럼 쏘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총포법 기준에 대해 의문을 던졌습니다. 그는 "총포법 목적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석궁과 위력이 유사한 일부 활도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직장인 C씨는 "국내외 인터넷 쇼핑몰, 직구 사이트가 다양해서 미성년자도 컴파운드 보우를 쉽게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컴파운드 보우 유통·판매업자 D씨는 "우리나라 총포법이 너무 강하다"고 불만입니다. "한국은 군대를 제외하면 총격 사건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석궁이나 모의 총기까지 규제하면 스포츠·레저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뭐가 되나"라고 반문했습니다.

앞서 인터뷰한 A씨는 "컴파운드 보우는 총포법 대상이 아니지만, 총포법이 강화된다면 국궁 등을 취미로 가진 사람들이 피해볼 수 있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총포법은 민감합니다. 법은 위험을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도,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할 수 있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모두 일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