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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 교섭단체 등장시 국회 의석 구분/머니투데이 |
새누리당 비박계가 분당 수준의 집단탈당을 결의하면서 국회가 4개 교섭단체 시대를 맞게 됐다. 새누리당 탈당파는 (가칭)보수신당 창당과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4개 교섭단체 구도는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 탄생한 1990년 이후 26년만이고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으로 민주자유당-국민회의-자민련-민주당 체제가 됐던 1995년 이후 21년만이다. 상임위원회 여야 구성비율, 정당보조금까지 분야별로 적잖은 변화가 온다.
◇법사·정무·국방위원장 탈당열차 올라 "직무계속"
보통 정당과 교섭단체가 일치하지만 법적으로 꼭 그럴 필요는 없다.(국회법 제33조 제1항) 창당 전이라도 20명 이상이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다. 이 때 국회는 1개 여당 교섭단체, 3개 야권 교섭단체, 1개의 비교섭단체(정의당)으로 구성된다. 더불어민주당(121석)이 제1 교섭단체가 되고 새누리당은 현재 128석에서 34석이 줄어든 94석, 국민의당(38석), 비박 교섭단체(34석)순이다.
이에 따라 국회 의사일정이나 각종 정치현안 협상 테이블에 4개 교섭단체가 앉게 된다. 19대 국회가 2개 교섭단체의 극한대립으로 점철됐다면 20대 국회는 3개 교섭단체로 비교적 협상과 타협정치가 살아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참여자가 1곳 늘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경우의 수가 펼쳐질 전망이다.
'한솥밥'을 먹던 친박 새누리당과 비박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박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으로 첨예한 이슈엔 대립하면서 얼굴을 붉히는 장면도 나올 수 있다. 상임위원장 재배정 등 국회 규정이 명확치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잔류 친박 새누리당과, 비박 교섭단체간 힘겨루기도 예상된다.
첫째 상임위원장 배분이다. 탈당파에는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 이진복 정무위원장,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포함됐다. 고심중이라고는 하지만 심재철 국회부의장까지 포함하면 새누리당 입장에선 중요한 국회 선출직 네 곳을 잃는 셈이다. 법사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탄핵소추위원단장도 겸하므로 정치적 의미가 적지않다.
상임위원장은 본인이 사임의사가 없다면 임기를 채울 수 있다. 상임위원장은 각 교섭단체가 협상을 통해 배분하지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임명한다. 사임이나 교체시에도 그에 준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권성동 위원장은 물러날 뜻이 없다.
둘째 교섭단체별 상임위 할당의원 숫자다. 국회법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수가 달라지면 국회의장이 할당수를 바꿀 수 있다고 규정했다. 현재 여야가 5대5 비율로 동수구성한 소위원회 비율도 재협상이 필요하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100석 미만으로 위축되고 야권이 200석을 초과하는 상황에 새누리당 5대 나머지 야권 5의 비율을 유지하는 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제4 교섭단체가 기존 교섭단체들과 어떤 타협을 이룰지가 변수다. 여기엔 탈당 규모가 결정적 요인이 된다. 비박계가 탈당파를 더 받아 몸집을 키우면 국민의당을 제치고 제3 교섭단체가 된다. 상임위원장 3곳을 유지하는 명분이 생긴다. 38석인 국민의당이 상임위원장 2곳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당이 38석 미만이면 국민의당보다 의석수는 작으면서 상임위원장은 많다는 문제가 생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탈당파가 알짜 상임위원장을 세 곳이나 가져가는 걸 용납하기 어렵다.
소위 구성의 경우 여야가 3대 7, 또는 4대 6으로 비율을 바꿀 전망이다. 5대5 범위에서 '범새누리당'의 내부조정에 그칠 수도 있다. 특정 상임위 법안소위에 현재 새누리당 몫이 5명이라면, 앞으로 새누리당 3명과 비박 교섭단체 소속 2명으로 나누는 식이다.
◇기존 정당, 보조금 감소…대선후보 기호 민주당 1번 쓸 듯
정당보조금 배분도 달라진다. 비박 교섭단체(34석)가 내년 1분기 지급일인 2월까지 신당을 공식 창당한다면 국민의당(38석)보다 조금 모자란 규모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교섭단체 몫은 각 교섭단체들이 균등 비율로 받으므로 비박 교섭단체도 웃을 수 있다. 반면 20대 총선때 존재하지 않은 정당이므로 득표수 배분몫은 받지 못한다.
이에 내년 1분기 정당 보조금은 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비박신당 정의당 순서가 될 수 있다. 물론 그사이 추가 탈당 여부, 반기문 신당이나 제3지대 신당으로 이합집산 등 새로운 정치변수가 나오면 달라진다.
21일 현재 정당 국고보조금은 편의상 알파벳으로 표현하면 우선 총액의 절반(A)을 교섭단체에만 나눠주고, 비교섭단체(5~19석)에게 총액의 5%(B)를 주고, 이렇게 주고 남은 것을 다시 절반씩(C·D) 나눈다. C는 국회의석을 가진 정당에 의석수 비율대로, D는 20대 국회의원 선거 득표수 비율에 따라 배분한다. 올해 4분기엔 새누리당에 36억9000여만원이, 민주당에 35억여원이, 국민의당 25억7000여만원이, 정의당 6억8000여만원이 순차적으로 지급된 바 있다.
정당 기호는 여야 구분 없이 국회 의석수가 많은 순서대로 정한다. 34명짜리 비박 신당이 생긴 뒤 대선을 치른다면 민주당 1번, 새누리당 2번, 국민의당 3번, 비박 신당 4번 순이 유력하다. 국민의당과 비박 탈당파 숫자가 역전되면 신당이 3번, 국민의당은 4번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정의당은 5번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소선거구제에서 교섭단체가 4개 탄생한 것은 28년 전인 1988년 13대 총선이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민주정의당은 125석으로 의원정수의 41.8%를 차지했다. 평화민주당(김대중) 70석, 통일민주당(김영삼) 59석, 신민주공화당(김종필) 35석 등으로 야당의 의석합계가 여당보다 많았다.
1990년 민정+민주+공화당이 민주자유당을 만들면서 4교섭단체 시대는 저물었다. 그러다 김대중(DJ)의 정계복귀로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가 창당, 1996년 15대 총선까지 4개 교섭단체 구도가 유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