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다. 이게 정말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맞을까.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개명 최서원‧60)씨를 둘러싼 의혹은 전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드러난 팩트를 넘어서는 각종 추측과 소문까지 겹치면서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최순실씨와 관련된 주위 인물 중 딸 정유연(개명 정유라‧20)씨의 남자친구 혹은 남편으로 지목받고 있는 신모씨, 그리고 최순실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40)씨에 대한 소문도 예외가 아니다.
정유연씨와 수년 간 승마를 같이 했던 승마인 A씨는 ‘남자친구’ 신모씨에 대해 “휴대폰 판매원도 했고, 나이트클럽 ‘삐끼’도 했었다”고 증언했다. ‘삐끼’는 나이트클럽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직원을 이르는 말이다. 다소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 있지만, 이도 엄연한 직업으로서 이해돼야 한다.
그런데 보도 다음 날인 26일, 믿기 어려운 보도가 나왔다. 최순실(60)씨의 최측근인 고영태(40)씨가 “유흥업소에서 호스트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타블로이드 주간지 일요시사의 기사다.
영화 '비스티보이즈'의 한 장면.
일요시사 “최순실씨 최측근 고영태씨는 호스트바 출신”
이 매체는 고씨의 지인과 전직 호스트바 관계자를 인용해 “고씨가 마지막으로 일한 곳은 청담동 구 엠넷 빌딩 인근 P술집과 도산대로 프리마호텔 건너편에 있는 T술집”이라며 “그때가 8∼9년 전”이라고 전했다.
고영태씨는 펜싱 국가대표 출신으로, 패션 잡화 브랜드 ‘빌로밀로(Villomillo)’의 대표이사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초 당선인 신분으로 자주 들고 다녔던 핸드백이 빌로밀로 제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씨 지인들은 일요시사에 “고씨가 광주 시내 일대에서 호스트 생활을 시작했고, 부산 해운대 룸살롱 등에서 활동했다”며 “30대 때는 서울서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고씨는 ‘고민우’라는 가명으로 활동 했다고 한다. 전직 룸살롱 사장은 이 매체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고영태라는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다”며 “그런데 주변에서 고영태가 민우라고 그러더라.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민우의 본명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의 보도가 나오기 전 SNS에는 ‘펜싱 금메달리스트의 슬픈 (이)야기’라는 제목의 찌라시가 나돌았다. “펜싱 금메달리스트가 먹고 살기 위해 부산에서 호스트바를 열었다. 서울 청남동과 논현동에서 개업한 후, 돈 많은 여성의 도움을 받아 바지사장까지 하게 됐다”는 소문이다.
이같은 소문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한겨레는 21일 ‘최순실씨와 고영태씨 둘 다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21일 “두 사람은 최씨가 자주 출입하던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만난 사이”라고 보도했다.
부산 수사기관 한 관계자는 고영태가 과거 부산에서 호스트바를 운영했다는 보도에 대해 26일 팩트올에 "운영한 것은 확실치 않지만, 호스트바에서 근무한 적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영태씨는 K스포츠재단의 자금을 세탁한 창구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더블루K의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같은 보도가 모두 사실이라면 ‘최순실의 남자는 호스트바 출신이고, 그의 사위는 삐끼 출신’이라는 말이 된다.
이성한 전 미르 사무총장은 "최순실씨는 주로 자신의 논현동 사무실에서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대통령의 향후 스케줄이나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다"면서 "이 모임에 고영태씨도 자주 참석했다"고 한겨레신문에 말했다. 유흥업소 종사자를 ‘더블루K’ 임원으로 앉혀 국정에 관여하게 한, 어이없는 상황에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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