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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때 재고 갖고 장난질…외국계 담배社 2곳 2100억 탈루

학운 2016. 9. 23.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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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담배업체 2곳이 지난해 담뱃값 인상 전 평소보다 수십 배 많은 재고를 쌓아놓고 담뱃값이 오른 뒤 팔아 수천억 원 부당이득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는 이 과정에서 법망을 교묘하게 이용해 2083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관계 당국에 불법을 저지른 한국필립모리스와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 등 2곳을 고발하도록 통보했다. 또 감사원은 이들 업체가 탈루한 세금을 축소 신고한 것에 대한 가산세를 더해 각각 2300억원과 550억원을 거두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 당국과의 법정 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담뱃값이 오르기 약 석 달 전인 2014년 9월 매점매석 고시를 시행해 담배 제조사 등이 비정상적으로 재고를 쌓아 폭리를 얻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한국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는 고시 시행 직전부터 전산망·장부를 조작해 허위로 담배 반출량을 신고하는 방법으로 담뱃세 인상일 직전인 2014년 말까지 각각 1억623만여 갑과 2463만여 갑의 재고를 쌓았다. 세금 부과·징수의 편의상 제조장 반출 시점에 업체가 담뱃세를 미리 신고·납부하도록 한 법령을 교묘하게 활용한 것이다. 이후 이들 업체는 지난해 1월 1일 담뱃값이 오른 뒤 재고를 풀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가야 할 세금·부담금 인상분(갑당 1591.9원)을 고스란히 챙겼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이번 감사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본사를 통해 미국 정부에 문제를 제기했고, 주한 미국대사관은 업체의 이 같은 항변을 감사원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주한 미국대사관이 업체들의 주장을 감사원 측에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감사 결과가 한·미 간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상황은 아니다"면서 "감사원이 이미 사실관계를 명백하게 공개했고 미 대사관 측도 업체에서 제기한 이의를 단지 우리 쪽에 전달해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3000억원에 육박하는 세금을 내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도 있는 이들 업체는 국내 로펌을 통해 법적 다툼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국내 담배기업인 KT&G는 자체 보유한 유통망으로 담배를 반출해 탈세는 이뤄지지 않았고, 반출량도 매점매석 고시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KT&G 측은 "(매점매석) 고시 이전 상반기부터 담뱃세 인상 보도가 쇄도하면서 시장에 가수요가 발생하여 담배 판매량(반출량)이 급증했고, 추석연휴로 인한 차주분 물량도 감안됐다"면서 "KT&G는 가장 먼저 사회환원 계획을 발표하며 충실히 이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정부가 담뱃세 인상 때 담배업체들의 재고 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법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세금으로 걷어야 할 재고 차익 7900억원으로 고스란히 담배 제조·유통업체와 도·소매 상인들의 배만 불려준 사실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