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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허리계층…“좋은 일자리로 중산층 복원해야

학운 2016. 8. 24. 21:43

근로소득자를 소득수준에 따라 10단계로 나누었을 때 중위 계층인 7~4분위 소득자(소득상위 40~70%)들이 전체 근로소득(총급여)에서 차지하는 몫이 박근혜 정부 들어 줄어든 게 국세청 과세자료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이들은 고용 안정과 괜찮은 급여를 바탕으로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중산층의 기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한겨레>가 23일 국세청의 2010~2014년도 귀속분 근로소득세 290개 소득구간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4~7분위의 근로소득 증가율은 1~3분위(소득하위 30%) 저소득층에 견줘 크게 낮았고 8~10분위(상위 30%) 고소득층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위 소득층의 급여 등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먼저 소득 하위층에 해당하는 1~3분위의 2010~2014년 소득증가율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1분위의 2014년 총급여는 15조9200억원으로, 2010년 10조2870억원보다 54.7% 늘어났다. 2분위와 3분위도 각각 48.2%, 34.2% 증가율을 기록했다. 분위별 1인당 근로소득의 증가율로 볼 경우에도 20.2~27.9%에 이른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가 9.04% 상승한 것에 견줘 높은 증가세를 기록한 셈이다. 박근혜 정부 이후 최저임금 인상 등의 효과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중산층의 기반이 되는 4~7분위의 2010~2014년 소득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들은 분위별로 4년 만에 13.5~34.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분위별 1인당 근로소득의 증가율 역시 12.6~16.5%로 낮은 편이었다. 특히 5분위의 소득 정체가 가장 심했다. 반면 상위층인 8~10분위가 가져간 소득은 절대액수가 큰 상황에서 중위 계층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전체 근로소득에서 중위 계층의 몫이 쪼그라들게 된 배경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중간계층 노동자의 급여·노동안정성 노동조건이 크게 후퇴하고 있다”며 “소득분배 정책에 따라 저소득층 소득이 늘고 월등한 노동조건을 보유한 고소득층은 소득 점유율을 지키는 가운데, 중산층이 허물어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노동연구원도 2010년대 중반 이후 중산층의 몰락 현상을 경고한 바 있다. 이 연구원은 ‘중산층의 쇠퇴와 양극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중산층 규모 감소에는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아래쪽 분포에서 중산층 이탈이 위쪽 분포에서 중산층 이탈보다 더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50~150%를 중산층으로 규정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를 때, 중위소득 이하 중산층이 저소득층으로 떨어지는 경향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고소득층의 소득점유율은 매우 견고했다. 특히 소득 상위 1%가 차지한 몫은 6.5%에서 6.7%로 0.2%포인트 늘어난 반면에 상위 5%가 차지한 몫은 17.8%에서 17.7%로 0.1%포인트 줄어드는 등 상위계층 내부에서도 소득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이 2010년 3.9%에서 2014년 4.8%로 느는 등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조세부담을 늘리곤 있지만, 이러한 소득집중도를 해소할 수준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와 함께 자료를 분석한 백문영 연세대 연구교수(경제학)는 “5개년간 근로소득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근로소득 증가율이 불균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 중산층 복원을 위한 정책과 함께, 적극적인 조세·재정정책을 통한 소득재분배에도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