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는 처벌 안 받는다?
교특법의 적용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형법 상 업무상 과실치상죄가 적용됩니다(형법 268조). 형법 상 이 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 수위만 낮아질 뿐 처벌 자체는 받습니다.
그런데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형법 대신 운전자에게 형사처벌 면하게 하는 특례를 규정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적용됩니다.
피해자 중상해나 사망이 아니고 운전자의 12대 중과실이 아닌 경우에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습니다.
이 교특법 특례조항은 도로교통법이 정하는 도로에서의 교통사고가 아니어도 적용된다는 것이 현재까지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입니다(87도1727). 따라서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는 교특법이 적용됩니다.
아파트 단지 사고는 12대 중과실이 아님
아파트 단지 내에는 아이들 포함하여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여 운전을 조심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12대 중과실 중 하나로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는 해당되나 아파트 단지 내 사고는 빠져 있습니다. 그 결과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 발생시 피해자가 중상해가 아닌 단순 부상일 경우 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 가입이 되어 있으면 운전자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무면허 운전
그런데 운전자가 무면허 운전을 한 경우는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여 교특법 3조 2항 특례 적용 없이 교특법 3조 1항에 따라 처벌을 받을까요
교특법상 12대 중과실 중 하나인 무면허 운전은 운전면허 없이 자동차를 운전한 곳이 ‘도로교통법 상 도로’에 해당해야 합니다.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의 경우 도로 이외에서 운전해도 처벌하지만 무면허운전은 여전히 도로에서만 운전해야 처발합니다.
대법원은 특정인들 또는 그들과 관련된 특정한 용건이 있는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고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장소는 도로교통법에서 말하는 도로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2017도17762 판결).
따라서 아파트 단지의 경우 입구에 차단 시설이 설치되어 있거나 경비원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는 등 주민이 아닌 외부인의 통행이 제한되어 있으면 도로로 보지 않습니다.
질문자의 경우 이러한 출입 통제가 이루어지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운전자가 운전 면허 없이 운전했다고 하더라도 도로교통법 상 무면허운전으로 처벌받지 않게 됩니다. 결국 교특법 상 12대 중과실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문제점
교특법은 차량 운전자가 급증하는 추세에서 운전자의 형사처벌에 특례를 부여하여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고자 제정되어 1982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12대 중과실에서 무면허운전, 중앙선침범 등 사고는 도로교통법 상 도로를 전제로 규정합니다. 따라서 차량의 통행이 빈번한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난 경우 12대 중과실 사고가 아니면 운전자에게 일정한 특례를 주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도로교통법 상 도로 이외에서 교통사고 발생시에도 교특법이 적용된다고 보아 운전자에게 형사처벌 특례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차량의 통행이 빈번한 도로에서 무면허운전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여 운전자에게 처벌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외부차량의 출입이 차단되어 있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무면허운전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12대 중과실이 아니어서 오히려 운전자에게 처벌특례가 주어집니다.
더 보호받아야 할 아파트 단지 내에서 피해자 보호가 소홀해지고 가해자는 종합보험이 가입되어 있으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게 됩니다.
도로에서 운전하다가 인도를 침범하여 인도 위에 있던 보행자를 부상입히면 인도침범으로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여 운전자가 처벌받습니다. 그런데 인도를 넘어가서 인도 안 쪽 사유지에 더 안전한 곳에 있는 사람을 부상입히면 인도 침범 12대 중과실은 아니게 됩니다.
이러한 모순점이 계속되는데도 교특법이 바뀌지 않는 한 대법원이 기존 해석론을 바꿀 가능성은 낮습니다. 따라서 현재 도로에서만 특례를 주자는 취지로 교특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으므로 지켜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