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산업판결

"실소유주 따로 있는 회사 '명목상 대표'는 근로자"

학운 2021. 9. 6. 08:33

명목상 법인의 대표로 등기돼 있어도 실질적 사업주의 지휘·감독하에 일정한 보수를 받고 일했다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1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패러글라이딩 업체 대표 A씨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등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패러글라이딩 업체 대표로 등기된 A씨는 2018 11 11일 1인용 패러글라이딩 비행 도중 추락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배우자 B씨는 A씨가 법인등기부에 형식적으로 대표자로 등록돼 있을 뿐 업무 성격에 비춰 근로자에 해당하고, 업무 영역에 포함된 자격증 취득을 위해 비행하다 사고가 발생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A씨는 회사의 대표자이므로 근로자로 볼 수 없고, 고유 업무와 무관한 개인 비행자격증 취득을 위한 비행 도중 사망했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는 이에 불복해 근로복지공단에 심사청구를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형식적으로 대표자로 등기돼 있으나 실질적 사업주인 C씨에게 고용돼 그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보수를 받고 근로를 제공했다며 근로기준법 및 산업재해보험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근로계약상 업무 범위에 포함된 2인승 체험비행자격증 취득을 위해 비행하다 사망했으므로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며, 사고가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대표자로 등기·등록된 후에도 주된 업무집행권 및 대표권은 실질적 사업주에 있었고, A씨가 보수 이외에 이 회사 영업으로 인한 위험을 달리 부담하지도 않았다"고 판시했다.

또 "근로계약서에서 정한 A씨의 업무 내용에 '2인승 체험비행 자격 취득을 위한 비행 연습'이 명시돼 있고, A씨가 체험비행 자격증 취득을 위해 평소 시간 날 때마다 비행시간을 확보했으며 사고 당시에도 개인 GPS를 소지한 채 비행했던 점 등에 비춰 보면, A씨가 근로계약상 업무에 해당하는 개인 비행자격증 취득을 위해 비행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