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헤드록..강제추행
회식자리에서 회사 대표가 여직원에게 일명 '헤드록'을 건 행위도 강제추행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남성성을 과시해 여직원에게 모욕감을 준 행위도 '성적 수치심'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4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회사 대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회사 대표인 A씨는 회식 자리에서 직원 B씨에게 일명 '헤드록'을 걸었다. 자신의 왼팔로 B씨의 머리를 감싸고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B씨의 머리가 자신의 가슴에 닿게 했다. 이후 B씨의 머리를 두차례 가격하는 등 폭행을 저질렀다.
또 "이 X을 어떻게 해야 계속 붙잡을 수 있지. 머리끄댕이를 잡고 붙잡아야 되나"라는 모욕적인 언행도 일삼았으며 손가락이 B씨의 두피에 닿을 정도로 양손으로 B씨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고 어깨를 수차례 가격했다.
이에 성적인 수치심을 느낀 B씨는 A씨를 강제추행으로 고소했다. A씨 행동으로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 불쾌함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B씨는 당시 회식 자리에서 이로 인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심은 이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은 "B씨는 A씨의 행위가 있은 직후의 기분에 대해 '불쾌하고 성적 수치심이 들었다'고 진술했다"라며 "함께 회식에 참여했던 거래처 인사도 A씨의 행위를 보고 '이러면 미투다. 그만하라'며 말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다른 인물은 여성의 입장에서 어떤 느낌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진짜 싫을 텐데'라는 느낌이 있었다고 진술했다"면서 "A씨가 접촉한 부위가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가 아니더라도, 여성에 대한 추행에 있어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회식 장소가 공개적인 장소였으며 A씨와 B씨 외에 회사 및 거래처 직원 등 4명이 동석해 있었다"며 "A씨가 접촉한 B씨의 신체 부위는 머리나 어깨로서 사회통념상 성과 관련된 특정 신체 부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의 행동은 B씨의 머리를 감싸고 헤드락을 걸며 머리를 치거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거나 어깨를 여러차례 친 것으로서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A씨는 B씨와 연봉 협상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B씨가 이직할 것을 염려하던 차에 술을 마시고 그와 같은 행동을 했던 것으로 성적인 언동과 결합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B씨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했으나 모멸감, 불쾌감을 느꼈다고도 진술했는데 욕설과 모욕적인 언동을 들어 느끼게 된 불쾌감과 구분된 성적 수치심을 명확히 감지하고 진술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일행 중 한 명이 '이러면 미투다' 등 표현을 했더라도 성범죄인 강제추행죄를 염두에 두고 한 진지한 평가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의 행동이 강제추행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A씨의 행동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그로 인해 B씨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추행행위의 행태와 당시 정황 등에 비춰 강제추행의 고의도 인정된다"며 "성욕의 자극 등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었다거나 B씨의 이직을 막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동기가 있었더라도 추행의 고의를 인정하는 데 방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본 판결은 피해자의 여성성을 드러내고 피고인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도 성적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며 "피해자가 표현한 모멸감과 불쾌감도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성적 수치심'에 해당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