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경보기 벨튀' 순간의 장난, 결과는 업무방해 형사처벌
'벨튀'(벨 누르고 튀기)라고 하면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치는 것을 뜻하지만, 안전을 위해 설치된 화재 경보기를 갖고 장난치는 일도 없지는 않다. 이런 장난을 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 판결이 있어 소개한다.
2018년 6월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건물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렸다. 건물 내 방화 셔터가 내려지고 통로가 모두 차단됐다. 관리인이 건물 곳곳을 돌며 화재 여부를 확인했지만 불이 난 흔적은 없었다.
경보기가 울린 건 건물을 지나던 A씨의 분풀이 때문이었다. 이 건물에서 지하철역으로 가는 출구 쪽 에스컬레이터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홧김에 건물 화재 경보기를 여러 차례 눌렀던 것이다.
검찰은 A씨 때문에 건물 관리 업무가 방해받았단 이유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 A씨는 장애인 도우미를 호출하는 버튼인 줄 알고 화재경보기를 누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A씨는 걷는 데 장애가 있고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었다.
그러나 1심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가 누른 화재경보기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적어도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으므로, 헷갈려서 잘못 눌렀다는 A씨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대해 1심은 "보통 지하도 계단 바로 근처에 설치되는 장애인 도우미 호출기와 혼동을 일으켰다는 주장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씨는 치매를 앓고 있던 데다 사건 당시 술을 마셔 심신상실 상태였다며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은 "김씨는 방화 셔터가 내려와 행인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여러 차례 화재경보기를 눌렀다"며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