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형사판결

“주차차량 들이받고 연락처 남겼어도 사고 후 미조치 해당”

학운 2019. 11. 12. 00:09

대법원이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뒤 연락처를 자신의 차량에 붙여두기만 하고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사고 후 미조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 미조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53)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2월 10일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다가 도로변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은 뒤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종이만 올려두고, 좁은 도로를 가로막고 있는 본인 차를 방치한 채 사라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쟁점은 이씨에게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였다. 도로교통법은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차량 등 물건을 손괴한 경우 즉시 정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1심은 교통사고를 일으키고도 차량을 그대로 둔 채 현장을 이탈했다는 이유로 이씨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사회봉사 40시간을 명령했다. 반면 2심은 “사고 이후 소재가 확인된 점 등에 비춰 보면 ‘주차된 차만을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사람’에 해당해 도로교통법 148조 처벌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고 현장을 떠나면서 교통상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해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원심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