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내리다 넘어져 사망했으면 회사 책임 없다
버스 승객이 버스가 멈춘 상태에서 열린 출입문으로 내리다 넘어져 사망했다면 버스 회사에 책임이 있을까? 이런 경우 버스 운행 때문에 생긴 사고가 아닌 만큼 버스회사 측에는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판례가 있다.
버스운전사 신모씨는 1992년 1월 인천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다가 버스정류장에서 문을 열고 승객들을 내리게 했다. 그 버스엔 1979년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장애 2급 심신장애자로 등록된 이모씨가 타고 있었다.
사고 당시 이씨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뒷문 출구 쪽 맨 앞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다. 그러다가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뒤 뒷문이 열리자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움직이던 중 몸의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지면에 머리를 부딪쳐 사고를 당했다.
이씨는 이 충격으로 뇌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1992년 3월 숨졌다. 이씨의 유족들은 이씨의 사망에 대해 버스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이씨에게 벌어진 사고는 자동차의 운행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라면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버스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93다59595 판결)
사고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버스의 소유자인 버스회사 측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해당 사고가 버스의 운행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 이씨가 당한 사고가 버스의 운행 때문인지 아닌지에 따라 소송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부수장치인 문이 열릴 때 쯤 발생한 사고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이 장치의 사용으로 인해 일어난 사고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 사고를 버스의 운행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