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임대차상식

업무상 횡령과 배임의 차이

학운 2017. 9. 7. 07:55

고객의 명의로 몰래 현금카드를 만들어 약 5억원을 사용한 은행원에게 업무상 배임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정씨는 2014년 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모 은행에서 일하면서 총 9명의 피해자 명의 통장과 현금카드를 몰래 만들어 계좌에 입금된 대출금을 빼내는 등의 방식으로 38회에 걸쳐 5억1000만원을 임의로 소비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정씨의 업무상 횡령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공소장이 변경되면서 업무상 배임죄가 선택적으로 추가됐고 재판부는 “정씨가 피해자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인정된다”며 업무상 배임죄에 대해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업무상 횡령죄는 업무상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고, 업무상 배임죄는 업무상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한다.

대법원 재판부는 “금융기관의 임직원은 예금주가 예금을 달라고 하면 이에 응할 의무가 있을 뿐 예금주에 대해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면서 “업무상 배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며 원심을 파기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해자들 명의 예금계좌에 입금된 대출금은 은행의 소유이고, 그 직원인 정씨가 대출금을 관리하고 은행이 발행한 통장을 예금주에게 주는 것은 은행의 업무”라며 “정씨가 피해자들 명의의 예금계좌에 입금된 대출금을 임의로 인출했다 하더라도 피해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