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임대차상식
'사망자 빚잔치' 법원이 대신해 준다
학운
2017. 7. 12.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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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돈 빌린 사람이 사망해도 빌려준 사람이 유족을 일일이 쫓아다니며 "빚 갚으라"고 다툴 필요가 없어진다. 법원이 빚을 포함한 유산 상속(가사소송)과 빚 청산(민사소송·개인파산) 과정을 연계해 채권자와 유족의 불편을 덜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고인의 `빚 잔치`를 법원이 대신해주는 셈이다. 이에 따라 고인의 빚이 재산보다 많을까 두려워 유족이 `폭탄 돌리기` 하듯 서로 상속을 떠넘기거나 아예 포기해버리는 사례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1일 서울회생법원(원장 이경춘)과 서울가정법원(원장 성백현)에 따르면 이달 17일부터 가정법원에서 `한정승인`을 받은 상속인에게 회생법원의 `상속재산파산` 제도를 이용하도록 안내하는 서비스를 시행한다.
이경춘 초대 서울회생법원장(56·사법연수원 16기)이 지난 3월 취임 직후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가정법원과 연계해 서민에게 회생·파산 절차를 통해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밝힌 뒤 첫 실행에 옮긴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고인의 자손이나 친지 등 상속인이 일일이 빚을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까지는 유족이 번거로운 채무 청산 절차 때문에 지레 상속을 포기해버리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빚을 물려받는 한정승인제를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한정승인은 빚과 재산 중 어느 쪽이 더 많은지 모를 때 택하는 상속 방식이다.
2015년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유족인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도 "고인이 오랫동안 해외에서 생활해 정확한 부채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법원에 한정승인을 신청했다. 상속인에게 한정승인은 `밑져야 본전`인 유리한 제도지만 유산을 받은 뒤 직접 신문에 공고를 내 고인의 채권자를 찾고 빚을 갚아야 한다. 이 과정이 어렵고 귀찮아서 상속을 포기했다가 뒤늦게 고인의 숨겨둔 재산이 발견돼 얼굴도 모르는 친척이 상속받는 사례도 있었다.
두 번째 장점은 채권자가 직접 상속인을 쫓아다니며 소송을 내는 등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종전에는 채권자가 고인의 자녀(직계비속·배우자)에게 "대신 빚을 갚으라"고 소송을 내면 자녀는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기 싫어 상속을 포기해버리는 사례가 많았다. 1순위 상속인이 포기한 유산은 고인의 부모(직계존속)-형제자매-사촌형제(4촌 이내의 방계혈족) 순으로 떠넘겨졌다. 채권자는 매번 가족관계등록부를 토대로 대상을 바꿔가며 소송을 내야 했고 이 과정만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가정법원의 `한정승인`과 회생법원의 `상속재산파산` 제도를 동시에 이용하면 유리한데, 이를 잘 몰라 활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상속재산파산 제도를 이용하면 빚 청산을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파산관재인)가 대신해주기 때문에 상속인이 직접 동분서주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서울회생법원에 전담재판부 설치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경춘 초대 서울회생법원장(56·사법연수원 16기)이 지난 3월 취임 직후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가정법원과 연계해 서민에게 회생·파산 절차를 통해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밝힌 뒤 첫 실행에 옮긴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고인의 자손이나 친지 등 상속인이 일일이 빚을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까지는 유족이 번거로운 채무 청산 절차 때문에 지레 상속을 포기해버리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빚을 물려받는 한정승인제를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한정승인은 빚과 재산 중 어느 쪽이 더 많은지 모를 때 택하는 상속 방식이다.
2015년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유족인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도 "고인이 오랫동안 해외에서 생활해 정확한 부채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법원에 한정승인을 신청했다. 상속인에게 한정승인은 `밑져야 본전`인 유리한 제도지만 유산을 받은 뒤 직접 신문에 공고를 내 고인의 채권자를 찾고 빚을 갚아야 한다. 이 과정이 어렵고 귀찮아서 상속을 포기했다가 뒤늦게 고인의 숨겨둔 재산이 발견돼 얼굴도 모르는 친척이 상속받는 사례도 있었다.
두 번째 장점은 채권자가 직접 상속인을 쫓아다니며 소송을 내는 등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종전에는 채권자가 고인의 자녀(직계비속·배우자)에게 "대신 빚을 갚으라"고 소송을 내면 자녀는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기 싫어 상속을 포기해버리는 사례가 많았다. 1순위 상속인이 포기한 유산은 고인의 부모(직계존속)-형제자매-사촌형제(4촌 이내의 방계혈족) 순으로 떠넘겨졌다. 채권자는 매번 가족관계등록부를 토대로 대상을 바꿔가며 소송을 내야 했고 이 과정만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가정법원의 `한정승인`과 회생법원의 `상속재산파산` 제도를 동시에 이용하면 유리한데, 이를 잘 몰라 활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상속재산파산 제도를 이용하면 빚 청산을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파산관재인)가 대신해주기 때문에 상속인이 직접 동분서주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서울회생법원에 전담재판부 설치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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