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말이 먹은 고교생 집단 식중독 배상책임은, 법원 "제조·공급업체 공동 책임"
학생들이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계란말이를 먹고 집단 식중독에 걸렸다면 계란말이 제조업체와 납품업체 모두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세화여고 학생 등 1000여명은 2014년 8월 한 여름에 학교가 제공한 점심 급식을 먹고 복통과 설사 등 식중독 증상을 보였다. 역학조사 결과 식품제조업체인 A사가 만들어 납품한 계란말이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서울특별시학교안전공제회는 학교안전사고보상법에 따라 세화여고 등에 치료비 등 요양급여 4600여만원을 지급한 뒤 2015년 6월 A사와 식자재 배송·공급업체 B사 등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계란말이를 제외한 어떠한 급식 보존식 및 조리기구에서도 살모넬라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A사 등은 식품제조 과정에서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 세균 등의 감염 등을 방지하고 안전한 식품을 납품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했다"며 A사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B사는 1심을 받아들였지만 A사는 불복했다. A사는 "계란말이는 가열을 마친 반제품 형태로 살모넬라균에 감염될 여지가 없다"며 "B사가 계란말이를 적정한 온도로 배송하지 않았고 학교 측도 계란말이를 100℃의 오븐에서 20분간 가열하지 않은 채로 교실 복도에 1~2시간 방치했다가 급식으로 제공해 살모네라균이 유입·증식됐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2부(재판장 김종원 부장판사)는 최근 A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A사 등은 공동해 4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2016나33362).
재판부는 "살모넬라 감염증은 주로 달걀, 가금류를 포함한 육류, 유제품 등을 섭취함으로써 발생한다"며 "A사가 제조·납품한 계란말이는 두께가 상당해 열을 가하더라도 중심까지 충분히 익지 않을 경우 살모넬라균이 사멸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B사의 배송상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제조과정에서 유입된 살모넬라균의 증식에 영향을 주는 것을 별론으로 하고 새롭게 살모넬라균을 유입시키는 요인이 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계란말이를 제조한 A사의 과실로 학생들이 식중독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