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교통·보험판결

"음주측정 없어도 음주상태 인정되면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

학운 2017. 5. 14. 22:28


실제 음주측정 결과가 없어도 정황상 만취상태로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인정되면 보험 약관에 따라 면책사유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임종효 판사는 송모씨가 흥국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송씨는 2012년 6월 자신의 이름으로 자동차보험을 들었다. 해당 보험계약에 따르면 자기신체사고 중 부상의 가입금액은 1500만원, 자기차량손해 보험가입금액은 7490만원이다. 다만 보험회사가 차량손해에 대해 보상하지 않는 면책사항으로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을 명시하고 있다.

송씨는 2012년 9월 자정쯤 왕복 2차로를 운전하던 중 왼쪽으로 진로를 급하게 바꾸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또다시 오른쪽으로 진로를 바꾸다가 연석을 들이받았다.

당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송씨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집에도 없는 상태였다. 송씨는 사고 다음날 스스로 병원에 입원했고 보험사 직원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음주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면서도 블랙박스 영상 확인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송씨가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송씨를 사기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송씨는 검찰 조사에서 사고 전 차량 블랙박스에서 녹음된 "음주운전해서 가입시더" 등 발언이 자신의 목소리는 맞지만 선의의 거짓말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불분명한 블랙박스 음성과 송씨가 사고 당시 현장에 없어 음주측정 자료가 없다는 등 사유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송씨는 보험사를 상대로 부상 보험금으로 휴업손해와 위자료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사고가 자신의 졸음 운전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며 차량손해 보험금 지급의무 확인도 요청했다.

보험사는 사고가 송씨의 일방 과실이기 때문에 약관에 따라 보험금은 치료비 상당액 뿐이며, 송씨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냈기 때문에 차량손해 보험금은 면책된다고 주장했다.

임 판사는 송씨의 사고 당시 동선, 블랙박스에 녹음된 송씨와 지인들과의 대화 내용, 감정인의 감정 결과, 사고 후 송씨의 거짓말 등을 종합할 때 송씨가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의 음주 상태였다고 인정했다.

임 판사는 "당시 검사는 불기소처분을 했지만 이는 엄격한 증명에 의하는 형사사건에서 증명이 부족하다는 취지에 불과하다"며 "송씨가 만취 상태였음이 인정되는 이상 이 보험의 음주운전 면책약관에 따라 보험회사의 자기차량손해 보험금 지급의무가 면책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부상 보험금에 대해서는 "이 사고는 송씨가 스스로 중앙분리대와 도로 연석을 들이받아 발생한 교통사고"라며 "약관에 따라 보험금은 치료비만 한정되고 위자료와 휴업손해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