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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위기설` 주범으로 거론되는 5대 쟁점 해부

학운 2017. 2. 10. 06:32

◆ 4월 위기설 오해와 진실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4월에 경제제재 대상국을 발표하고 대우조선해양이 4월 만기 도래 회사채를 갚지 못면서 한국 경제에 위기가 닥친다는, 이른바 '4월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우리 경제가 대외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사드 보복으로 휘청거리고 대내적으로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이 부실화되는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하면서 한국 경제가 급속히 침몰할 것이란 게 골자다. 일각에선 2008년 금융위기급 위기까지 닥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위기설은 막연한 불안감에 기초한 것으로 국가 신용등급과 외환보유액이 양호하고 수출이 최근 호조를 띠고 있어 과장된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매일경제신문사는 이번 위기설을 둘러싼 5가지 문제점을 분석했다.

① 美, 한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낮지만 원화값 변동성 커질듯


'4월 위기설'이 가장 먼저 불거져 나온 곳은 외환시장이다. 미국 재무부가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만들어 의회에 제출하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경상수지가 '기준'을 넘으면서 중국 독일 일본 등과 함께 지난해 잠재적 제재대상(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이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독일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공언한 만큼 우리도 이들과 섞여 제재대상(심층분석대상국)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 경우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 참여 금지 등 불이익을 받는다. 하지만 정작 외환당국은 내심 중국만 타깃이고 한국은 빠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미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보면 우리가 중국 일본 독일 등에 비해 크게 뒤지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연방조달시장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 거래 규모가 12억달러에 불과해 막상 지정돼도 피해가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② 한미FTA 재협상 할까?
한미동맹 강화 기조 흔들기 어려워


한미 FTA 재협상도 위기설의 진원지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재창하며 연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굵직굵직한 협정을 폐기하거나 재협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 재협상 요구로 인해 기존 협정이 사실상 무효화되면 올해부터 2021년까지 총 수출 손실이 269억달러, 일자리 손실이 24만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는 3월 15일이 한미 FTA 5주년이어서 당국은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미 간 안보동맹을 강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일부러 미국이 우리와의 경제동맹을 깰 정도로 세게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란 논리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의 입장에서 한반도는 북핵이 경제보다 더 중요한 이슈"라며 "한미 FTA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재협상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③ 꽁꽁언 내수…4월 소비절벽?
재정 제때 풀면 막아낼 수 있어



내수시장도 우려가 제기된다.

소매판매가 지난해 11~12월 2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인데 지난 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소비심리지표가 약 1분기의 시차를 두고 민간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소비절벽'까지 가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설 효과가 끼어 있긴 하지만 지난 1월 국내 카드승인액, 할인점 매출액이 전년 동월대비 17.1%, 13.4% 각각 증가했다.

아울러 정부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규모의 조기 재정집행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재정이 민간에 2~3개월 격차를 두고 흘러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소비를 견인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④ 조기대선으로 불확실성?
과거 대선땐 가계소비 오히려 늘어


탄핵정국·조기대선 가능성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악재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87년 이후 대선과 그 직전해의 거시경제 지표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경제성장률과 민간소비 설비투자가 0.5~4.0%포인트 감소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지면서 경제주체들이 소비 및 투자를 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에는 가계소비가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해 가계 소비 심리가 위축되기보다는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소비가 늘어나는 패턴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16대(2002년), 17대(2007년) 대선 때도 민간소비가 늘어난 바 있다. 더군다나 올해 만일 조기대선이 실시될 경우 새 정부가 빨리 들어서서 경제심리가 오히려 안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⑤ 올해 첫 16억달러 수주했지만…대우조선 운명은
최상 시나리오에도 1조원 모자라



오는 4월 21일 4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70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채권단과 대우조선해양이 또 한 차례 기로에 섰다. 필요한 최소한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는 이달 중 소낭골(앙골라 국영석유회사) 드릴십(이동식 원유시추선) 운용 계약을 성공시키고 다음달에 주식 거래를 재개하는 한편 4월 중 적정 수준의 수주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등 세 번의 고비를 넘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삐걱거릴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최대 1조원 이상의 추가 자금 투입과 회사채 채무재조정 등을 골자로 하는 조건부 자율협약 등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고비는 소낭골 드릴십 2기 인도 협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말까지 드릴십 운용(O&M)사를 선정하고 시추한 원유를 판매할 차터(용선사) 선정까지 마무리한 뒤 늦어도 상반기에 1조원의 인도 대금 중 일부라도 받는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어 선박을 인도하고 인도 대금 일부를 SPC에 출자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SPC 출자 규모를 최대한 줄이고 인도 대금을 한번에 최대한 많이 받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조원에 가까운 인도 대금 중 많게는 8000억원을 3월까지 받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지만 유가가 50달러 초반대에 정체된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음 고비는 3월 중 예정된 주식 매매거래 재개다. 대우조선해양은 자본잠식과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지난해 6월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지난해 말 대규모 자본 확충으로 상장폐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형식적인 재무 요건은 충족했지만 한국거래소는 향후 경영 전망 등을 감안해 대우조선해양 주식 거래 재개를 결정할 예정이다.

올해 첫 번째 회사채 만기 도래 시점인 4월까지 계약금 기준 1조원 상당의 수주가 이뤄질지도 회사와 채권단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운영 자금 약 11조원(매월 최소 8000억원 기준)과 회사채 상환액(11월까지 9400억원)을 합쳐 약 12조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연내에 인도 예정인 선박 64척이 모두 성공적으로 인도되더라도 들어올 돈은 10조원에 그친다. 자산 매각 등 자구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최대 1조원의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부족 자금은 최소 1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가뭄의 단비처럼 9일 미국 에너지 기업 엑셀러레이트에너지와 LNG-FSRU(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 7척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진단이다. 7척 전체 수주 금액은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로 초대형 계약이다. 하지만 이번 수주가 4월 위기설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FSRU 1척만 우선 발주된다"며 "1척당 가격은 2500억~3000억원 수준으로 통상적인 계약금 10%를 감안하면 실제로 3~4월 중 대우조선해양에 유입되는 현금은 300억~40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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