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교통·보험판결

운전중 ‘내비’ 만지다 사고…法 “동승자도 책임”

학운 2017. 1. 30. 21:54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다 사고가 났다면, 자동차를 함께 타고 있던 사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4단독 김수영 판사는 30일 A씨와 남편, 자녀 2명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A씨의 과실을 10%로 보고 B사의 책임을 90%로 제한한다”며 “A씨 가족에게 총 10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 등 가족 4명은 2014년 9월 지인 B씨가 운전하는 차를 함께 타고 전북 장수군의 한 농장에 사과농장 체험을 가고 있었다. 조수석에 탄 A씨는 내비게이션에 목적지 주소를 입력했으나 이 주소가 잘못된 것을 B씨가 뒤늦게 알게 됐다.

B씨는 운전을 하며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다시 입력하다 옹벽에 부딪히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A씨는 사지가 마비됐다. 그러나 보험사는 “A씨가 내비게이션을 잘못 입력했기 때문에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고, 지인이 안전운행을 하도록 촉구할 의무를 위배했기 때문에 책임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A씨가 호의로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면서 목적지를 잘못 입력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운전 중 내비게이션을 조작하지 못하도록 제지하고 안전운행을 촉구할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치료비, 일실수입(피해가 없었을 경우 벌 수 있는 추정 수익) 등 A씨가 가족이 입은 재산상 손해를 13억5000여 만원으로 보고, 이 금액의 90%에서 이미 B사가 지급한 보험금 2억6000여 만원을 제외한 금액을 재산상 손해액으로 인정했다. 여기에 위자료 7000여 만원을 더해 전체 손해배상금을 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