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형사판결

'자동댓글' 프로그램 개발자 무죄…대법 "악성 아니다"

학운 2019. 12. 12. 19:35

자동으로 글이나 댓글 등을 올리는 기능을 담은 프로그램을 개발·판매해 포털사이트의 운영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개발자 등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해당 프로그램이 '악성'에 해당되는지는 그 프로그램의 용도와 기술적 구성, 작동 방식이나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대법원이 악성 프로그램에 대한 기준을 처음 세운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2일 프로그램 개발자 이모(38)씨와 판매자 서모(47)씨의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프로그램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업체나 상품 등을 광고하는 데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동으로 댓글 등록이나 쪽지 발송 등의 작업을 반복 수행할 뿐이고, 기본적으로는 일반 사용자가 직접 작업하는 것과 동일한 경로와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그램 중 일부는 포털사이트 등의 정보통신시스템이 IP를 차단하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만, 시스템을 훼손하거나 변경하는 등 물리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아니다"며 "기능 수행이 방해된다거나 포털사이트 등의 서버가 다운되는 등의 장애가 발생한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해당 프로그램이 옛 정보통신망법에서 정한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법원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 2010년 8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자동 댓글 등 기능을 담은 프로그램을 1만대 이상 팔아 3억여원을 받았다. 해당 프로그램은 다른 사람에게 쪽지를 대량 발송하거나, 반복적으로 같은 내용의 글을 포털사이트 등에 올리는 기능을 담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기관은 이씨 등이 이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판매해 포털사이트 등의 운영을 방해했다고 보고 악성프로그램을 전달·유포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이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이씨 등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 각각 벌금 2000만원과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해당 프로그램이 포털사이트 서버 등에 부담을 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통상적인 경우보다 큰 부하를 유발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보통신시스템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프로그램을) 동시에 사용해야 장애가 발생할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극단적인 가정 아래에서 장애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정만으로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보게 된다면 이는 형벌 규정의 구성요건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대법원은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일명 '드루킹' 김동원(50)씨 사건과 이 사건은 명백히 다른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옛 정보통신망법의 악성 프로그램 유포죄 해당 여부에 대한 것"이라며 "뉴스 기사 댓글 조작 등 행위가 형법상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것과는 쟁점과 적용법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드루킹 사건에 대해서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