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정신지체장애 2급인 큰아들에게 물려준 부동산을 담보로 누군가 약 3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내막을 알아보니 막내아들이 주민등록번호도 못 외우는 형의 이름으로 대부업체 4곳에서 연 26.9∼34.9%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상태였다. 전화만으로 대출이 가능하다보니 한정후견인인 A씨도 모르는 새 ‘대리대출’이 이뤄진 것이다. A씨는 아직도 동생의 잘못을 모른 채 해맑기만 한 큰아들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한다.
금융 당국이 ‘마구잡이 대리대출’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용정보법 시행령과 신용정보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대출심사 시 해당 장애인의 성년후견인, 한정후견인에게 확인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올해 중에 시행할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 이는 A씨가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국회에 청원한 내용이기도 하다.
장애인 이름으로 대리대출을 받는 일은 잦다. 지난해 창원중부경찰서에 덜미가 잡힌 ‘행복팀’ 사건도 그중 하나다. B씨(45) 일당 36명은 지난해까지 수년에 걸쳐 비교적 대화가 가능한 농아인들로 ‘의사소통팀’을 꾸려 전화 대출심사 시 다른 농아인 행세를 하도록 하고 대출을 받았다. 이렇게 전국의 농아인 500여명의 이름으로 챙긴 돈이 약 280억원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드러나지 않은 피해가 워낙 커 피해자를 수소문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6∼7월 중 시행령 개정에 들어간 뒤 법원과 신용정보원의 정보공유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업무협의를 거쳐 올해 안에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신용정보원에 장애인 후견인 정보를 등록해 대출심사 시 후견인에게 연락이 가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법원은 한정판결 정보를 실시간으로 신용정보원과 공유한다.
또한 금융위는 장애인을 배려한 금융제도 개선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실태 점검을 마쳤고, 6∼7월에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금융회사의 불합리한 서비스 거절 관행을 바꾸고, 장애인 특별부양신탁(신탁을 통한 장애자녀 재산 양도 시 증여세 면제)을 활성화하며, 모바일·현금입출금기·창구 접근성을 높이는 내용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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