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교통·보험판결

교통사고 내 보험금 95억원 부인 살해 혐의 남편 무죄

학운 2017. 5. 30. 21:30


사망하면 보험금 95억원이 나오는 부인을 자신이 운전한 차량에 태우고 교통사고를 내서 숨지게 한 남편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30일 살인죄 등으로 기소된 이모(47)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에 내려보냈다.

이씨는 2014년 8월 조수석에 부인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시속 70㎞ 속도로 질주하면서 갓길에 정차한 트럭 뒷부분을 들이받아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매고 있던 이씨는 살았고, 안전벨트를 풀고 있던 임신 7개월 차의 부인은 현장에서 숨졌다.

검찰은 이씨가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려는 속셈으로 사고를 내서 부인을 살해한 것으로 봤다. 이씨가 2008년 캄보디아 국적의 부인과 결혼하고 그 앞으로 생명보험 25건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한 달에 내는 보험료만 360만원 정도였다. 부인이 사망하면 나오는 보험금은 총 95억여원이었다. 보험금이 가장 큰 31억원짜리 보험은 사고가 나기 보름 전에 들었다. 보험금을 타는 사람은 모두 이씨였다. 

1심은 이씨의 범행에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이씨가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참에 부인의 사망보험금 95억원을 타내려고 한 것이 범행의 동기로 보고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씨의 살인 동기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고 당시 자산이 부채보다 상당히 많았고, 재정적으로 문제가 될 사채나 부채를 부담하고 있지 않았다”며 “유흥비나 도박자금 등 절박하게 돈을 조달할 사정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보험금 95억원은 일시금이 아니고 정기금이며 단독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법정 상속인과 나눠야 하는 상황”이라며 “피고인은 자기 앞으로 59건, 부모 7건, 자녀 27건, 이혼한 배우자 2건 등 보험을 다수 가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에게 보험을 판매한 설계사들은 “이씨가 맺고 끊음을 잘 못해서 계속 부탁하면 보험을 가입하는 성격”이라고 진술했다.

아울러 이씨가 부인과 갈등 없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고 불륜 등 이성 문제가 복잡하지도 않은 점도 고려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고속도로에서 정면 추돌하면 피고인 자신의 생명이나 신체에도 심각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었다”며 “이런 우려에도 범행을 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생명을 장담하지 못하는 방법을 쓰면서까지 부인을 살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다